이야기 하나. 청계상가아파트, 공공시설 안전 확보를 위한 정비 사업

  1. 피난유도등과 비상발전기처럼 건물에서 마지막까지 전력을 유지하는 시설물의 에피소드

  2. 오수를 모아 전달하는 국내 정화조 구조와 청계상가 도로에 설치된 정화조 구조 형태 간 관계



모든 불이 꺼지면 유일하게 빛을 내고있는 피난유도등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피난유도등과 같이 방화구역으로 구획된 피난승강기의 경우 화재 시에 전력이 차단되어도 마지막까지 피난을 도울 수 있도록 작동하고, 안전을 향해 방향을 유도하는 불빛을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비상발전기로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청계상가아파트에서 발생하는 오수를 처리하여 정화된 물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도로에 위치하여 제 할일을 다하고 있던 정화조 덕분입니다. 너무 당연한 듯한 사실이지만 청계상가아파트의 공공시설물들은 50년을 넘게 이곳에 자리잡아 유지관리 되어왔고, 사람의 수명과 같이 건축 시설물들도 정해진 수명이 있어 교체와 수리를 반복해주고 있습니다. 최근 2020년 7월부터 8월동안 청계상가아파트의 비상발전기는 노후된 주요 부품을 교체하고, 도로 위 임시로 덮어놓은 철판으로 관리되던 정화조는 전체적인 교체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청계상가는 1971년 사용 승인이 된 건물입니다. 그렇다면 청계상가 내 피난유도등은 언제부터 설치되었을까요?
처음부터 설치되어 있었을지, 건축법에 의하여 추가설치 되었을지 오래된 건물의 피난유도등으로부터 그 흔적을 추적해보았습니다.

01 청계상가 비상발전기 변전실.JPG

비상발전기가 설치되어 있는지하 1층 변전실

02 청계상가아파트 비상발전기 규격.JPG

청계상가아파트 비상발전기 규격



1970년 5월, 세운상가에서 큰 화재 발생

세운상가에서는 1970년 5월 큰 화재가 일어났으며, 이후 1970년 12월 “피난유도”라는 단어가 사용된 흔적을 경향신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IMG_2280.jpg

1970.12.14 경향신문

03 한글.png

본문 한글

국내 소방법은 1958년 최초 제정, 국내 건축법은 1962년 최초 제정되었으며 초기 제정당시 내용에는 규모에 따른 피난구조를 설치해야한다는 피난설비 규격에 대해서만 언급되고 있습니다. 또한 위 기사를 통해 볼 수 있듯이 1970년 당시에는 “전국의 5층 이상 고층건물 중 방화관리에 합격점을 매길 수 있는 빌딩은 불과 20%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해, 당시 세운상가 건물 군은 피난설비 설계 및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고 피난유도등과 비상승강기를 갖출 수 없던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1974년 11월, 청계상가아파트와 대림상가는 시멘트벽으로 막혀있어

이후 1974년 11월 경향신문 기사를 통해, 조금 더 구체적인 청계상가아파트의 피난 유도 설비 상황에 대한 글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IMG_2281.jpg

경향신문. 1974.11.08

서울시 주민에 공해 큰 상가 어파트 한글 .png

본문 한글 

당시 기사를 통하여 “청계상가아파트 주민들은 화재가 발생할 경우 빠져나갈 수 있는 출구는 양쪽 중앙복도인데 같이 잇대어 지은 대림상가 쪽의 통로는 시멘트벽으로 막혀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청계-대림상아파트로 연결되는 통로는 뚫려있으며 방화문이 설치되어있고, 그로인해 청계-대림상가는 하나의 건물 형태를 지니며 양쪽 피난계단을 확보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05 청계아파트에서 바라본 대림아파트 복도2021.02.16.jpg

청계아파트에서 바라본 대림아파트 복도(2021.02.16 촬영)   

06 대림아파트에서 바라본 청계아파트 2021.02.16.jpg

대림아파트에서 바라본 청계아파트 (2021.02.16 촬영)   

07 반대편 피난계단에서 바라본 연결된 피난통로 2021.02.16.jpg

반대편 피난계단에서 바라본 연결된 피난통로 (2021.02.16 촬영)   



이번에는 청계상가의 정화조에 대한 흔적을 찾아보려 합니다. 청계상가아파트의 정화조는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요? 신규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정화조 설비 공간은 기계실에서 찾을수 있지만, 청계상가아파트의 경우 정화조는 도로에 위치해있습니다.

어째서 청계상가아파트의 정화조는 도로 위에 위치해있을까요?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되었던 걸까요?

1973년, 날로 오염돼가는 한강수질을 보호하기 위해
08 19730712 동아일보 청계천 정화처리 대신 정화조 설치.png

동아일보. 1973.07.12

동아일보. 1973.07.12  한글 본문.png

본문 한글

위 기사를 통해서도 알수 있듯이, 1973년 당시 청계천 수질 오염 뿐 아니라 한강 수질의 오염에 대비하기 위하여 종말처리장이 아닌 지역은 정화조를 거쳐 하수도에 오물을 배출해야한다는 내용과 우리나라 최초의 도시 하수 종말 처리장인 청계천하수처리장은 1976년 건설되었다는 점을 통해, 1971년 당시 청계상가아파트의 오수 배출 설계가 갖추어지기 힘든 상황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설계당시부터 확보되지 못했던 청계상가아파트 정화조는 2020년 주민공모사업을 통해 교체가 되기 전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에 위치하여 임시로 덮어놓은 철판으로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임의로 설치되어 있던 철판 덮개를 제거하고 원통형 덮개를 주물로 제작하여 설치하였으며, 시유지에 위치한 옛날 정화조를 교체하기 위하여 도로 굴착 신고를 통하여 새로운 정화조를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청계상가아파트의 정화조는 각 동,서측 도로에 위치해 있으며, 동측- 1~4층 상가용, 서측 - 5~8층 아파트용으로 나뉘어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번 주민공모사업으로 교체작업이 진행된 아파트용 정화조는 청계상가아파트 5~8층의 오수를 모아 4층 상가 천장 내부 설비 배관으로 모아져 1층 상가 천장 위를 지나, 상가 기둥을 타고 청계상가 서측 도로를 향해 흐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진과 같이 도로에는 4개의 맨홀이 교체되었습니다. 정화조는 하나인데 왜 도로에 맨홀뚜껑이 4개나 교체되었을까요?

13 우리나라의 정화조 구조.png

  이미지) 유기영. (2011). 분뇨정화조 운용 개선방안 중 정화조 구조

보통 정화조 구조는 최소 2실 이상 4실 이하의 부패조를 거친 후 여과조를 통과하여 하수처리 를 할 수 있는 규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또한 부패하여 생성되는 가스를 배출할 수 있도록 공기배출 장치를 설치해야 합니다.

짧게나마 옛 신문기사를 통하여 청계상가아파트 건물 피난설비와 정화조가 추가되어지고 교체되어 왔던 흔적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미 건물이 완공된 후 개선되는 건물들은 시대 사건의 흔적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도 청계상가아파트자치관리위원회는 같은 공간에서 일상을 반복할 수 있도록 시설들을 정비하며 지역 이야기의 흔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다시세운프로젝트_주민공모사업 #2020주민공모사업 #청계상가아파트자치관리위원회 

함께 읽으면 좋을 내용
  1. 유기영. (2011). 분뇨정화조 운용 개선방안. 정책리포트, (94), 1-18.
  2. 유기영, 김영란, & 정진아. (2012). 실태조사를 통한 서울의 분뇨정화조 청소간격 개선 연구. 서울도시연구, 13(3), 145-158.
  3. 김영삼. (2009). 피난유도 사인시스템의 형태에 관한 연구. 일러스트레이션 포름.
  4. 강난형. "서울 메가스트릭처, 세운상가의 도시단면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서울시립대학교 일반대학원, 2011. 서울
  5. 배송숙. "화재 방호관련 법제의 상충 요인 분석과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 2012. 서울
  6. 서울하수도과학관, 2018, “하수도이야기 > 하수도의 역사 > 아랫물길을 만나다”
    (https://sssmuseum.org/main/?mc_code=131310)

글 ㅣ 키아(최영금)



이야기 하나. 청계상가아파트, 공공시설 안전 확보를 위한 정비 사업